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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경구 생체이용률 향상을 위한 나노 약물 전달 시스템

1. 서론: ‘먹는 약’의 한계, 그 해결책은?

의약품 중 다수가 정제(tablet), 캡슐(capsule) 등의 경구제제(oral dosage form)로 복용됩니다. 이는 환자에게 있어 가장 편리하고 선호되는 투약 방식이지만, 약물의 흡수율, 즉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도전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지용성(lipophilic) 약물, 대사에 민감한 생물학적 제제, 혹은 불안정한 분자구조를 가진 신약 후보물질들은 위장관 내에서의 분해, 흡수 장벽, 간 대사 등에 의해 대부분 체내에 도달하지 못한 채 배출됩니다.

여기서 나노 약물 전달 시스템(Nano Drug Delivery System, NDDS)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NDDS는 약물의 입자 크기를 나노미터(10⁻⁹m) 단위로 줄이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코팅·캡슐화함으로써 생체 내에서의 안정성, 용해도, 흡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입니다.

경구 생체이용률 향상을 위한 나노 약물 전달 시스템
경구 생체이용률 향상을 위한 나노 약물 전달 시스템

 


2. 생체이용률이 낮은 약물의 문제점

생체이용률이 낮은 약물은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고용량 투여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증가하며, 약물 개발 및 상용화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합니다:

  • BSC Class II, IV 약물: 낮은 수용성 또는 낮은 투과성을 갖는 물질
  • 펩타이드, 단백질 기반 치료제: 위산에 의해 쉽게 분해됨
  • 간 초회통과대사(first-pass metabolism): 경구 복용 시 간에서 대부분 대사되어 효과 없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구 약물 전달 시스템입니다.


3. 나노 약물 전달 시스템의 원리

나노 약물 전달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핵심 원리를 통해 생체이용률을 높입니다:

  1. 입자 크기 감소
    → 약물의 표면적을 증가시켜 용해도 향상
    → 장 점막과의 접촉 면적 증가로 흡수율 증가
  2. 리포좀(Liposomes) 또는 마이셀(Micelles) 등의 지질 나노 입자 사용
    → 지용성 약물의 장 점막 투과 향상
    → 위장관 내에서 약물 안정성 확보
  3. 표적 수송을 위한 표면 개질(Surface modification)
    → 장 내 특정 수송체나 수용체를 겨냥한 리간드 부착
    → 선택적 흡수 가능
  4. 소화효소 및 위산으로부터 보호
    → pH 민감성 캡슐 혹은 고분자 보호막을 통해 약물 안정성 유지

4. 주요 유형별 나노 전달 시스템 정리 (표)

분류                                               설명                                               경구 생체이용률 향상 방식       예시 약물
리포좀 (Liposomes) 지질 이중막으로 둘러싼 구형 구조체 지용성 약물 보호 및 투과력 향상 비타민 C, cyclosporin A
고형 지질 나노입자 (SLNs) 고체 지질 기반 나노입자 위장관 안정성 증가 paclitaxel
나노에멀전 (Nanoemulsion) 수용성과 지용성 혼합 분산 시스템 용해도 증가, 흡수 촉진 curcumin, omega-3
나노결정 (Nanocrystals) 순수 약물을 나노입자로 크기 축소 표면적 증가, 용해도 향상 fenofibrate, itraconazole
고분자 나노입자 (Polymeric NPs) PLGA, chitosan 등의 고분자 이용 위산 보호, 장 투과 향상 인슐린, 단백질 치료제

5. 실제 적용 사례 및 상용화 현황

▶︎ AbbVie의 Kaletra® (Lopinavir/Ritonavir)

항바이러스제 Kaletra는 ritonavir를 이용한 나노 기술 기반의 코크리스탈로 경구 생체이용률을 극적으로 향상시켰습니다.

▶︎ Novo Nordisk의 경구 인슐린 임상

GLP-1 기반 치료제인 Semaglutide는 SNAC이라는 흡수촉진제와 함께 개발되어 **Rybelsus®**라는 최초의 경구 GLP-1 제제로 상용화되었습니다.

▶︎ Silenseed사의 siRNA 경구 전달

RNA 기반 치료제의 경구 투여는 어려운 문제로 꼽히지만, 나노 기술을 이용한 microtube capsule 구조로 장 내 흡수를 유도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입니다.

▶︎ 한국의 개발 사례

국내 기업인 한미약품은 LNP(Lipid Nanoparticle)를 활용한 mRNA 기반 치료제 플랫폼을 경구형 제제로 전환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또한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도 나노 제제 기술을 내재화하여 신약 파이프라인에 적용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6. 규제 및 기술 상의 과제

◾ 규제 장벽

경구 제제로의 전환은 복잡한 약물방출 동역학을 동반하기 때문에, FDA 및 EMA는 IVIVC(In Vitro–In Vivo Correlation)의 정확한 입증을 요구합니다. 약물의 용출속도, 흡수 예측, 장내 분해 여부 등을 정량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나노소재의 안정성 및 독성에 대한 사전 평가도 필수입니다.

◾ 기술 한계

  • 대량 생산(scale-up)의 어려움
  • 복합 약물 구조에 따른 불안정성
  • 약물 방출 제어의 어려움 (Too fast or too slow)
  • 장내 환경에서의 불확실성 (식이, pH, 효소 등)

7. 향후 전망과 전략적 제안

경구 나노 약물 전달 시스템은 아직 상업적 성공사례가 많지 않지만, "경구화 불가능한 약물을 복용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의 분야에서 수요가 확대될 전망입니다:

  •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 GLP-1, PTH, calcitonin 등
  • mRNA 및 siRNA 치료제: 전통적 주사제 형태에서 경구제로의 전환
  • 암, 자가면역질환: 지속적 약물 투여가 필요한 만성질환 대상

기업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합니다:

  • NDDS 플랫폼 내재화: 나노 기반 제형기술을 기술이전 없이 독자 보유
  • CDMO 협력 활용: 대량생산 가능성을 고려한 위탁개발 생산 전략
  • 규제 대응 R&D 강화: 독성 및 안전성 검증 시스템의 조기 확보

결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나노 기술

경구 생체이용률은 약물의 실제 치료 효과에 직결되는 핵심 변수입니다. 나노 약물 전달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솔루션으로, 제약 산업에 있어 새로운 혁신의 물결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먹을 수 없던 약”이 “먹을 수 있는 약”으로 바뀌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며, 이 변화의 중심에는 나노 기술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