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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약물 대사체 분석(Metabolite Profiling)의 실제 적용_Phase I/II 대사체 검출과 규제 요건을 중심으로

1. 서론: 우리가 대사체를 분석하는 이유

약물을 투여하면 그것이 몸속에서 그대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간, 신장, 장 등 다양한 장기에서 대사를 거칩니다. 이 대사 과정에서 원약물(parent drug)은 여러 가지 대사체(metabolite)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대사체가 치료 효과를 나타내거나, 때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제약 업계에서는 약물의 ‘효과’를 평가할 때 원약물뿐만 아니라 그 대사체까지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약물 대사체 분석(Metabolite Profiling)’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국제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중요한 데이터 제공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 복잡하고도 중요한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제 분석하는지, 그리고 어떤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약물 대사체 분석(Metabolite Profiling)의 실제 적용_Phase I/II 대사체 검출과 규제 요건을 중심으로
약물 대사체 분석(Metabolite Profiling)의 실제 적용_Phase I/II 대사체 검출과 규제 요건을 중심으로

2. 대사체 분석의 시점: 왜 Phase I/II가 중요한가?

신약개발 초기인 비임상과 임상 1상(Phase I)에서는 약물의 안전성과 약동학(PK)을 확인합니다. 이때부터 이미 대사체에 대한 탐색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분석은 사람에서의 대사체 특성이 확인되는 임상 2상(Phase II)에서 중요성이 급격히 높아지죠. 왜일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시점은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 그리고 복용군의 확대를 동시에 검토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FDA와 EMA는 약물 대사의 종단적 특성(longitudinal metabolite profile)까지 제시하길 요구하는데, 이는 약물의 축적, 독성, 유효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Phase I에서는 10명의 건강한 자원자에서만 분석하지만, Phase II에선 고령자, 간질환자 등 다양한 집단의 대사 변이를 고려해야 하며, 대사체 검출은 더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집니다.

3. 분석 대상: 어떤 대사체를 검출해야 할까?

대사체는 크게 Phase I (산화, 환원, 가수분해)과 Phase II (포합 반응 – glucuronidation, sulfation 등)로 구분됩니다. 이들 각각은 서로 다른 효소에 의해 생성되고, 물리화학적 특성도 상이합니다.

다음은 주요 대사체 종류입니다:

 

구분 대사 반응 예시 분석 난이도
Phase I 산화, 환원, 가수분해 N-desmethyl, hydroxylation 등 중간
Phase II 글루쿠론산화, 황산화 등 포합 glucuronide, sulfate 등 고난이도
활성 대사체 치료 효과 나타내는 경우 morphine-6-glucuronide 등 필수 검출 대상
독성 대사체 부작용 원인 acyl-glucuronide 등 고위험 요소
 

중요한 점은 규제기관은 단순히 “존재 유무”가 아닌, 이 대사체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지, 즉 혈중 농도가 높거나 활성이 있는지를 파악하라고 요구합니다.

4. LC-MS/MS를 활용한 대사체 검출 전략

오늘날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은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LC-MS/MS)입니다. 이 기술은 고감도로 다양한 대사체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으며, 특히 극소량의 대사체도 검출 가능해 초기 단계에서의 스크리닝에 유리하죠.

하지만 LC-MS/MS 기반 대사체 분석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 표준물질 부재

많은 대사체는 상업적 표준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표준화가 어렵고 정량 정확도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 동시 이온화 억제(Matrix Effect)

혈장, 소변, 담즙 등 생체시료에는 다양한 내인성 물질이 존재하여, 특정 이온의 이온화 효율을 떨어뜨리는 매트릭스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선택적 추출법(SPE, LLE 등)과 고분해능 LC 분리조건을 함께 사용하며, 이온화 억제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 데이터 처리 문제

대사체는 수십 종에 이르며, 이들의 질량 스펙트럼은 유사하기 때문에 타겟 분석과 넌타겟 분석의 병행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한 자동 피킹 및 동정 알고리즘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5. 생체시료 종류에 따른 분석 전략의 차이

다음은 시료 유형별 대사체 분석 시 고려할 점을 정리한 표입니다:

 

시료 종류 장점 단점 주 분석 대상
혈장(Plasma) 채취 용이, 안정성 높음 단백질 결합 간섭, 대사체 농도 낮음 순환 대사체
혈청(Serum) 고분자 간섭 적음 응고 과정 중 변화 가능성 포합 대사체
소변(Urine) 배출 대사체 풍부 희석 효과, 시간대 영향 큼 수용성 Phase II 대사체
담즙(Bile) 간 대사체 직접 반영 동물시험 한정, 채취 어려움 극성, 포합 대사체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시료 채취 시점, 전처리 방법, 내부표준물질 구성 등을 맞춤 설계해야 합니다. 특히 대사체 분석은 ‘누가’, ‘언제’, ‘무엇을’ 측정하는지가 결과의 신뢰성에 결정적입니다.

6. 규제 요건: FDA, EMA의 요구사항

규제기관은 대사체 분석에 있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MIST 가이드라인(Metabolites in Safety Testing, FDA/ICH)

  • Human Unique Metabolites: 동물시험에서 확인되지 않고,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대사체의 경우, 추가 독성시험 필요
  • 혈중 농도 AUC 기준으로 parent drug의 10% 이상이면 중요 대사체로 간주

2. EMA Guideline on the Investigation of Drug Interactions

  • 대사체가 주요 활성을 가진 경우, 약물-약물 상호작용(DDI) 평가 필요
  • PK, PD 파라미터를 별도로 추적 및 보고

이 외에도 일본 PMDA는 각 대사체의 인체 내 반감기까지 요구하기도 하며, 글로벌 허가를 고려한다면 이에 따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7. 최근 동향과 기술 혁신

최근 약물 대사체 분석 분야에서는 다음과 같은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 고분해능 질량분석기(HRMS): 수십 개 대사체를 비표적 스크리닝하는 데 유리
  • Stable Isotope Labeling: 동정되지 않은 대사체 추적에 효과적
  • AI 기반 자동 분석 플랫폼: Peak alignment, spectral matching 자동화

예를 들어, 최근 Roche와 Merck에서는 대사체 기반의 독성 바이오마커 선별에 AI 기반 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하여 수개월 소요되던 분석을 단축하고 정확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8. 마무리하며 – 대사체 분석은 결국 사람을 위한 기술

약물 대사체 분석은 단순히 약물이 몸에서 어떻게 분해되느냐를 알아보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안전하게, 효과적으로 약을 사용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정교한 실험 설계, 시료 처리, 정량 분석, 규제 요건까지 모두가 얽혀 있는 이 분야는 분석팀 연구원 입장에선 까다롭지만, 동시에 가장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분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분석하는 그 하나의 대사체가,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이 복잡한 작업을 반복하는 이유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