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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세포를 재설계한 치료제,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연계

차세대 생명공학이 여는 맞춤형 치료의 새 지평


서론: 살아있는 치료제의 시대

세포를 재설계한 치료제,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연계
세포를 재설계한 치료제,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연계

한때 치료제라고 하면 정제된 화학약물이나 단백질 기반의 생물학적 제제만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생명공학의 눈부신 진보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 생체 내부에서 직접 작용하고 조절할 수 있는 ‘살아있는 치료제(Living Therapeutics)’의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세포 재설계(cellular reprogramming) 기술이 있으며, 이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과 결합될 때 더욱 강력한 가능성을 발휘합니다. 미생물 스스로가 치료제의 역할을 하거나, 조절 가능한 약물 전달체로 작동하는 방식은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1. 세포 재설계란 무엇인가?

세포 재설계는 세포의 유전적 혹은 대사적 특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기술입니다. 일반적인 유전자 편집보다 더 정교하며, 세포의 ‘행동’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장내 세균에 면역 조절 기능을 부여하거나, 암세포 주변 환경에서만 특정 물질을 분비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기술은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진화와 맞물려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 중입니다.


2. 마이크로바이옴과 건강의 연결고리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내부와 외부에 공존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군을 총칭합니다.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 조절, 대사 기능, 신경계와의 소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생리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최근 의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질병과의 관련성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은 다음과 같은 질환과 관련 있습니다.

  • 염증성 장질환(IBD)
  •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 우울증 및 자폐 스펙트럼 장애
  • 암(특히 대장암과 면역항암제 반응성)

이처럼 마이크로바이옴은 질병의 원인이자, 치료 표적이자, 치료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3. 세포 재설계와 마이크로바이옴의 융합: 새로운 치료 전략

기존의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건강에 이로운 미생물을 보충해주는 데 그쳤다면, 재설계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는 기능을 능동적으로 부여하고, 필요할 때 약물처럼 작용하게 합니다.

대표적 응용 전략

전략                                                    설명
기능성 박테리아 치료제 특정 유전자를 삽입해 면역조절물질, 항염 단백질 등을 생산하게 함
병원성 억제 박테리아 해로운 균주만 타깃으로 제거하거나, 생태계를 재조정
유전자 전달 플랫폼 특정 유전자/단백질을 장벽을 넘어 전달하기 위한 운반체로 사용
종양 마이크로바이옴 조절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률을 높이기 위한 종양 주변 미생물 재설계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보충을 넘어, 환자 맞춤형 생물학적 프로그래밍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4.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 분석

▷ Synlogic

합성생물학 기반으로 치료 기능을 갖춘 박테리아를 개발하는 대표 기업입니다.
예: SYNB1618 (페닐케톤뇨증 치료), SYNB8802 (하이퍼암모니아혈증)

▷ Seres Therapeutics

항생제 유래 장내 균총 파괴 이후 회복에 초점을 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FDA 최초 승인 제품인 Vowst는 Clostridioides difficile 감염 예방용.

▷ Eligo Bioscience

CRISPR 기술을 도입해 병원성 세균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정밀 미생물 기반 약물 개발.
‘살아있는 정밀 항생제’ 개념을 도입.

▷ Evelo Biosciences

단일 균주 기반으로 경구 투여 가능한 염증 조절제 개발.
면역 시스템을 시스템 전체 수준에서 조절.


5. 한국의 연구 동향과 산업 흐름

한국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및 세포 재설계 기반 치료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업 및 기관

기관/기업                                                            주요 내용
CJ 바이오사이언스 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플랫폼 개발
차바이오텍 면역 조절 기능 강화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합성생물학을 활용한 장내 세균 기능 강화
이뮤노포머(ImmuneFoamer) 종양 내 마이크로바이옴 조작으로 면역치료 반응 증폭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주로 대사질환, 암, 피부질환, 신경계 질환을 타깃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AI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데이터 기반 설계가 강점입니다.


6.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세포 치료제의 과제

아직까지 세포를 재설계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존재합니다.

  • 안전성 이슈: 유전자 조작 생물의 인체 내 장기적 영향
  • 표적 정밀성: 특정 세포나 환경에서만 작용하도록 설계해야 함
  • 규제 체계 부재: ‘살아있는 약물’에 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 미비
  • 공공 수용성 문제: GMO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신뢰 부족

이러한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향후 시장 확장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결론: 치료제의 개념을 다시 쓰는 융합 생명공학

세포 재설계와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계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인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변화에 반응하는
진정한 의미의 ‘생체친화적 치료제’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 기술은 특히 기존 약물로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성 질환,
예컨대 자폐증, 파킨슨병, 대장암, 염증성 장질환 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는

  • AI,
  • 디지털 치료제(DTx),
  • 면역치료제
    등과 융합되어, 차세대 맞춤형 치료 시대의 중심축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세포를 '치료하는 대상'이 아니라,
치료의 주체이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