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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안정성 시험”이 약물의 생애를 결정한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여정은 단순히 약효를 입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시험은 시간과 환경 속에서 약물이 얼마나 변하지 않고 버티는가를 증명하는 단계에서 시작된다.

제약 산업에서 “안정성(stability)”은 단순한 품질지표가 아니라, 제품의 유효기간(shelf life), 보관 조건, 패키징 설계, 심지어 규제 승인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다.

이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이드라인이 바로 ICH Q1A(R2)이다.
이 문서는 전 세계 제약사들이 동일한 과학적 기준 아래에서 신약의 안정성을 시험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정의한 표준으로,
그중에서도 Stability-indicating method(SIM)의 구축은 개발자의 과학적 역량을 시험하는 가장 정교한 단계라 할 수 있다.

2. Stability-indicating method란 무엇인가?

Stability-indicating method(SIM)란, 약물의 주성분(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API)과 함께 분해산물(degradation products), 불순물(impurities), 그리고 변형된 관련물질을 정확히 분리하고 정량할 수 있는 분석법을 말한다.

즉, SIM은 단순히 “정량 분석법”이 아닌, 약물의 변화를 시각화하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때 핵심 목표는 다음 세 가지다.

  1. 주성분과 분해산물의 완전한 분리 (Resolution > 2.0)
  2. 분해산물의 구조적 특성 규명 (LC-MS/MS, HRMS, NMR 활용)
  3. Method의 강건성(Robustness)과 재현성(Reproducibility) 확보

결국, SIM은 “약물이 어떻게, 왜, 얼마나 변하는가?”를 정량적 근거로 보여주는 과학적 언어라 할 수 있다.

3. ICH Q1A(R2) 가이드라인 개요

ICH Q1A(R2)는 “Stability Testing of New Drug Substances and Products”라는 제목으로 2003년에 개정된 문서로,
약물의 안정성 평가를 위한 실험 설계, 저장 조건, 평가 기준을 정의하고 있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구분 조건 기간  목적
Long-term test 25°C ± 2°C / 60% RH ± 5% 12개월 이상 유효기간 설정
Intermediate test 30°C ± 2°C / 65% RH ± 5% 6개월 장기시험 보완
Accelerated test 40°C ± 2°C / 75% RH ± 5% 6개월 열·습도 영향 평가

이때 약물의 물리적, 화학적, 미생물학적 안정성을 모두 평가해야 하며,
특히 분해산물(degradation products)이 확인될 경우, 반드시 그 구조적 특성을 규명해야 한다.

따라서 SIM은 단순히 “정량 분석법 개발”이 아니라,
ICH Q1A가 요구하는 과학적 근거를 충족시키는 ‘규제 대응형 분석법’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4. SIM 개발의 일반적 절차

Stability-indicating method는 보통 다음과 같은 단계로 개발된다.

  1. Stress test (Forced degradation study) 수행
    • 약물을 열, 산, 염기, 산화, 광(빛) 조건에 노출시켜 가능한 모든 분해산물을 유도
    • 분해율은 10–30% 수준이 이상적 (과도 분해 방지)
  2. 분해산물의 profiling 및 주요 peak 분리
    • LC-DAD, LC-MS/MS, UPLC-QTOF 등 활용
    • 각 peak의 m/z pattern, fragment ion 비교
  3. 분해산물의 구조 규명 및 unknown impurity 탐색
    • HRMS, MS/MS fragmentation, NMR로 구조 확인
    • 필요 시 reference compound 합성
  4. Method optimization
    • pH, gradient, column chemistry, flow rate 등 조정
    • 주성분과 분해산물의 resolution 확보
  5. Validation (ICH Q2(R2) 기준)
    • Specificity, Linearity, Accuracy, Precision, Robustness 평가

5. Unknown impurity 분석의 중요성

안정성 시험 중 가장 어려운 단계가 바로 “unknown impurity”의 규명이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합성 부산물이나 중간체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peak가 검출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Unknown impurity 분석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1. LC-MS/MS fragmentation pattern 해석
    • MS² 스펙트럼을 이용해 핵심 구조 단편(fragment)을 추정
  2. 정확질량(accurate mass) 기반 molecular formula 산출
    • HRMS(Q-TOF, Orbitrap) 이용
  3. in-silico fragmentation tool (ex. Mass Frontier, CFM-ID) 활용
  4. 가능 구조 후보 생성 및 비교 검증
    • retention time, MS/MS pattern, isotope ratio 일치 여부 검토
  5. 필요 시 표준물질 합성 및 확인 분석

이 과정을 통해 unknown impurity가 특정 분해경로(degradation pathway)의 결과물임이 확인되면,
해당 불순물은 “identifiable impurity”로 재분류된다.

6. LC-MS/MS를 활용한 분해산물 확인 전략

LC-MS/MS는 SIM 개발에서 “핵심 감시 장비”라 할 수 있다.
특히 UV에서 검출되지 않는 비색성(non-chromophoric) 불순물이나,
ppm 단위의 trace-level degradation product 검출에 강점을 가진다.

(1) 주요 분석 모드

  • Full Scan: 전체 분자량 범위 탐색
  • Product Ion Scan: 특정 precursor의 fragmentation 분석
  • Neutral Loss Scan: 공통 중성손실 기반 구조 추정
  • MRM (Multiple Reaction Monitoring): 정량 분석용

(2) 주요 활용 사례

  • 산화 분해: API 내 tertiary amine → N-oxide 생성
  • 광분해: aromatic ring → hydroxylated impurity
  • 가수분해: amide/ester bond cleavage → acidic degradation product

7. Unknown impurity 구조 규명 실제 사례

한 예로, 항암제 Gefitinib의 안정성 시험 중 40°C/75%RH 조건에서 새로운 impurity peak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
LC-QTOF 분석 결과, m/z 465 [M+H]+ fragment가 30 Da 증가되어 있었고, 이는 N-oxide 형태의 산화 분해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정보는 이후 제조공정에서 산소 노출 최소화 설계로 이어졌다.

또 다른 사례로, 항생제 Cefuroxime Axetil의 산성 조건 분해 시 β-lactam ring opening product가 형성되었으며,
MS/MS 스펙트럼 해석을 통해 2-hydroxy-3-oxo-derivative 형태로 구조가 규명되었다.

이처럼 unknown impurity 분석은 단순한 peak identification을 넘어,
의약품의 분해경로(degradation mechanism)를 밝히는 근거가 된다.

8. ICH Q3A/B 가이드라인과의 연계

Unknown impurity를 다룰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또 하나의 문서가 ICH Q3A(R2)(Drug Substance)와 Q3B(R2)(Drug Product)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불순물의 보고(Reporting), 확인(Identification), 정량(Quantification)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다.


 

불순물 유형 보고 기준 (Reporting threshold) 확인 기준 (Identification threshold) 정량 기준 (Qualification threshold)
일반 합성의약품 ≥ 0.05% ≥ 0.10% ≥ 0.15%
고용량 제제(≥2g/day) ≥ 0.03% ≥ 0.05% ≥ 0.10%

즉, SIM 개발을 통해 검출된 unknown impurity가 0.10% 이상 존재할 경우, 반드시 그 구조를 규명해야 하며,
필요 시 독성 평가(toxicological qualification)를 병행해야 한다.

9. Chromatographic Design: 분리 조건 최적화

효과적인 SIM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분해산물 간의 완전한 분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설계 접근법이 사용된다.

  • Column 선택: C18 → Phenyl → Polar-embedded 순으로 screening
  • pH 조절: API의 pKa ± 1 범위에서 최대 resolution 확보
  • Gradient control: shallow gradient로 minor impurity 분리 강화
  • Temperature optimization: 25–45°C 범위에서 peak shape 개선

또한, 최근에는 UPLC(2.1 mm ID, sub-2 μm particle)를 활용해 분석시간 단축과 분해능 향상이 동시에 가능하다.

10. LC-MS/MS + QbD (Quality by Design) 접근

현대의 SIM 개발은 단순히 실험 중심이 아닌, QbD(Quality by Design) 접근으로 진화하고 있다.

QbD 기반 SIM 설계의 기본 개념은 다음과 같다.

  1. CQAs (Critical Quality Attributes) 정의 → API purity, impurity profile
  2. CMAs (Critical Method Attributes) 도출 → resolution, RT, tailing factor 등
  3. DoE (Design of Experiments) 기반 method optimization
  4. Method operable design region (MODR) 확립 → 허용 가능한 조작 범위

이 접근은 ICH Q14(Analytical Procedure Development) 및 Q2(R2) 개정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11. 실제 산업 적용 사례


제약사 제품 분석 목적 분석 플랫폼
한미약품 항암제 후보 HM-43239 분해산물 구조 규명 LC-QTOF, UPLC-MS/MS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항체 산화/탈아미드화 불순물 분석 LC-MS peptide mapping
Pfizer Atorvastatin 광분해 안정성 시험 UPLC-DAD, LC-MS/MS
Novartis Valsartan Nitrosamine impurity 규명 LC-HRMS (Orbitrap)

특히 2018년 이후 N-nitrosamine 계열 불순물 이슈 이후, LC-MS/MS 기반 unknown impurity 규명은 전 세계 제약사의 규제 대응 필수 기술로 자리 잡았다.

12. 국내 규제 및 식약처(MFDS) 가이드라인 동향

한국 식약처는 2022년 “의약품 안정성시험 및 불순물 관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여,
ICH Q1A, Q3A/B, Q14를 반영한 새로운 시험 체계를 제시했다.

특히 unknown impurity 검출 시,

  • 질량분석 기반 구조 규명 필수화,
  • 5-batch 이상 검출 시 안정성 모니터링 품목 지정,
  • 제조공정 변경 시 추가 검증 의무화
    등이 명시되었다.

이는 단순 품질관리 수준을 넘어, 분석과 규제의 통합된 과학적 평가체계로의 진화라 할 수 있다.

13. 향후 전망: LC-MS/MS 기반 digital QA 시대

Stability-indicating method 개발은 이제 단순한 “시험 항목”이 아니라, 디지털 분석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기술들이 향후 SIM 분석을 자동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 AI 기반 peak deconvolution 알고리즘
    → unknown impurity 자동 인식 및 구조 후보 예측
  2. Digital twin을 이용한 분해 시뮬레이션
    → 가속조건에서의 예측 분해산물 모델링
  3. Cloud-based QA platform
    → LC-MS raw data의 중앙 관리 및 규제 대응 자동화

14. 결론

Stability-indicating method 개발은 단순히 “분석법 하나를 세우는 일”이 아니다.
이는 약물의 생애주기(Lifecycle) 전체를 통제하고,
규제, 품질, 과학이 만나는 접점을 설계하는 행위다.

ICH Q1A 가이드라인은 그 여정의 나침반이자,
unknown impurity 분석은 그 항로를 밝히는 등불과 같다.

LC-MS/MS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약물의 변화를 더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고,
그 결과,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약품을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ICH Q1A 기반 Stability-Indicating Method 개발 – Unknown Impurity 분석
ICH Q1A 기반 Stability-Indicating Method 개발 – Unknown Impurity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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