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항암제 침투력 평가를 위한 대사 공간 분석 전략

1. 서론 – 항암제가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

항암제가 아무리 강력한 기전을 가지고 있더라도, 실제 종양 내부에 충분히 침투하지 못한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 현상은 특히 고형암(solid tumor)에서 두드러지는데, 표면부의 암세포는 약물에 노출되지만 중심부(necrotic core)는 저산소·영양 결핍 환경(hypoxia & nutrient deprivation) 속에 고립되어 약물 접근이 어렵다.

그 결과,

  • 일부 세포만 사멸하고
  • 중심부의 저활성 암세포는 살아남아
  • 재발 혹은 내성 클론을 형성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약물 침투력(drug penetration)” 문제는 오랫동안 항암제 개발의 병목이었다.

최근 들어, 단순히 약물 농도를 정량하는 수준을 넘어,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 내의 공간적 대사 분포(spatial metabolic heterogeneity) 를 분석함으로써, 약물이 어디까지 도달하고 어떤 대사 반응을 유도했는지를 시각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이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Spatial Metabolomics”, 즉 공간 기반 대사체학이다.

2. 종양 미세환경(TME)의 대사적 복잡성

종양 내부는 균질하지 않다.
혈관 근처의 세포는 산소와 영양분이 풍부해 glycolysis와 TCA cycle이 활발하지만, 중심부는 hypoxic 상태로 lactate가 축적되고 lipid metabolism이 증가한다.

이러한 대사 불균형은 단순한 “환경 차이”가 아니라, 항암제 반응성의 결정요인이다.

 

구역 주요 특징 대사 경로 활성도 약물 반응성
혈관 인접부 산소 충분, pH 정상 OXPHOS↑, nucleotide synthesis↑ 높은 침투, 빠른 반응
중간층 산소·영양 제한 glycolysis↑, glutamine metabolism↑ 부분적 반응
종양 중심부 저산소, 산성 환경 lipid oxidation↑, autophagy↑ 약물 침투 저하, 내성 ↑

즉, 동일한 약물을 투여하더라도 종양 내 공간적 위치에 따라 약물의 농도, 대사 반응, 세포 생존율이 다르게 나타난다.
기존의 bulk metabolomics 분석은 이러한 공간적 정보를 잃어버린다.
따라서, 공간 해상력을 가진 대사체 분석, 즉 spatial metabolomics 접근이 필요하다.

3. Spatial Metabolomics란 무엇인가?

Spatial metabolomics는 조직 내 대사체를 공간적으로 맵핑(mapping) 하는 분석 기술이다.
핵심은 조직 단면에서 LC-MS/MS 또는 imaging mass spectrometry를 통해 픽셀 단위로 대사체를 시각화한다는 것이다.

주요 기술적 접근법

  1. MALDI-MSI (Matrix-Assisted Laser Desorption Ionization – Mass Spectrometry Imaging)
    • 조직 단면에 matrix를 뿌린 뒤 레이저로 이온화
    • 수 μm 단위 공간 분해능으로 대사체 이미지 획득
  2. DESI-MSI (Desorption Electrospray Ionization)
    • 조직 전처리 없이 대기압 상태에서 직접 이온화
    • 빠르고 손상 없는 이미지 획득 가능
  3. LAESI, SIMS 등
    • 고에너지 레이저 기반 이온화로 깊이 방향 분석까지 가능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농도 데이터가 아니라, 대사체의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항암제 대사산물(metabolite of drug)이 조직의 어디에 분포하는지, lactate가 어디서 축적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4. LC-MS/MS와의 연계 분석

Imaging MS는 공간 해상도는 높지만 정량성은 떨어진다.
따라서, LC-MS/MS 기반의 targeted quantification을 병행하여 보정하면 보다 신뢰성 높은 데이터가 확보된다.

Workflow 예시:

  1. 종양 조직 절편 확보 (cryosection, 10 µm 두께)
  2. MALDI-MSI로 spatial map 생성
  3. 동일 조직의 인접 절편을 LC-MS/MS로 정량 분석
  4. 두 데이터 통합 → 정량·공간 모두 확보

이러한 접근은 실제로 약물 침투력(Drug penetration), 대사 리모델링, 항암제 내성 기전 분석 등에 널리 응용되고 있다.

5. 항암제 침투력 평가의 새로운 지표: Spatial metabolic gradient

항암제의 침투 정도를 단순히 “농도”로 판단하기보다, 대사체의 공간적 구배(gradient) 로 평가하는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항암제가 중심부까지 충분히 확산되면 lactate 농도가 감소하고, TCA cycle intermediate가 중심부에서도 검출된다.
반대로 침투가 제한되면, 중심부의 lactate/pH gradient가 유지된다.

 

분석 지표 의미 항암제 침투력 지표로서의 가치
Lactate gradient hypoxia 지속 정도 침투력 낮을수록 gradient 유지
ATP/ADP ratio 에너지 대사 활성 중심부 회복 시 증가
Drug metabolite spatial distribution 약물 대사산물 검출 위치 실제 침투 경로 반영
Lipid peroxidation marker (MDA 등) 산화 스트레스 반응 약물 작용 강도 반영

이러한 지표는 단순 약물 농도보다 종양 반응성을 훨씬 정밀하게 설명한다.

6. 실제 적용 사례

(1) Doxorubicin의 침투력 분석 (Breast Cancer Model)

MALDI-MSI로 관찰한 결과, Doxorubicin은 혈관 주변에는 고농도로 존재하지만, 종양 중심부에서는 검출이 거의 되지 않았다.
이 영역에서는 lactate와 hypoxia marker(HIF-1α)가 높게 나타났다.
이로부터, 약물의 한계는 화학적 특성보다 조직 대사 상태와 밀접하게 관련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Cisplatin의 공간적 분포 (Ovarian cancer xenograft)

DESI-MSI 분석 결과, cisplatin의 platinum adduct가 주변부에서는 풍부했으나, necrotic core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동시에 lipid oxidation이 증가하며 세포막 안정성이 저하된 패턴이 관찰되었다.
이는 약물 침투 실패뿐 아니라, 대사체 변화가 세포 손상 반응을 유도하는 secondary signal로 작용함을 시사했다.

(3) Anti-PD-1 병용요법 시 대사 공간 리모델링

면역관문억제제(ICI) 단독군에서는 lactate gradient가 유지되었지만, anti-PD-1 + metformin 병용군에서는 lactate 감소와 함께 중심부 ATP 회복이 관찰되었다.
이는 TME의 대사 리프로그래밍을 통해 면역세포 침투가 용이해졌음을 의미한다.

7. Spatial metabolomics + Pharmacokinetics (PK) 통합

공간 대사체 데이터는 약물의 조직 내 분포를 반영하기 때문에, micro-PK 모델 구축에 매우 유용하다.
기존의 전신 약동학(PK)은 혈장 농도만을 기준으로 하지만, spatial PK 모델은 조직 내부의 실제 농도 분포를 시간·공간적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예를 들어, LC-MS/MS 정량 데이터와 MALDI-MSI 이미지 데이터를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 혈장 농도는 높으나 중심부 약물 농도는 낮은 경우 → 침투 저해
  • 혈관 분포 밀집 구역에서만 약물 대사산물 검출 → 국소적 대사
  • 약물 gradient와 lactate gradient의 역상 관계 → 침투 개선 효과 평가 가능

이러한 접근은 향후 Digital twin 기반 항암제 시뮬레이션 모델 구축의 핵심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8. 국내 제약사 적용 전략

 유한양행, LG화학, HK이노엔 등 국내 제약사들도 항암제 개발 단계에서 LC-MS/MS 기반 약물 분포 분석은 이미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bulk 조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공간적 해석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1. MALDI-MSI 기반 spatial pharmacometabolomics 플랫폼 구축
    – 항암제 대사체 및 내성 대사체를 동시에 시각화
  2. LC-MS/MS 정량 + 이미지 통합 파이프라인 개발
    – 정량성 확보 및 validation data로 활용
  3. Digital pathology와의 연계
    – 조직학적 구조(H&E, IHC)와 대사체 분포를 중첩하여 임상 연관성 확보
  4. AI 기반 spatial data interpretation system 도입
    – 3D 공간 재구성 및 자동 구역 분석

이러한 기술적 고도화는 단순 연구용을 넘어 임상 전 약물 평가의 표준화된 지표로 발전할 수 있다.

9. 미래 전망 – Spatial biology와의 융합

Spatial metabolomics는 향후 spatial transcriptomics, proteomics, lipidomics 등과 결합하여 진정한 multi-omics spatial biology 로 확장될 것이다.
즉, “어떤 세포가 어디서 어떤 대사를 하고 있는가”를 분자 수준에서 시각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통합 기술 주요 분석 대상 활용 예
Spatial transcriptomics 대사효소 유전자 발현 lactate dehydrogenase (LDH) 활성 영역
Spatial proteomics transporter 단백질 발현 drug influx/efflux 예측
Spatial metabolomics 실제 대사체 분포 항암제 침투 및 대사 반응 지도화

이러한 데이터의 융합은 향후 항암제 반응 예측 모델임상 환자 샘플 평가에 직접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10. 결론 – 항암제의 “공간적 대사 지도”를 읽는 시대

과거 항암제 개발은 분자기전(molecular mechanism)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공간적 기전(spatial mechanism) 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Spatial metabolomics는 종양 내부의 숨겨진 대사 지형을 드러내어, 약물이 어디에 도달하고 어디서 실패하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분석 기술의 진화를 넘어, 항암제의 설계·투여·평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기술적 전환점이다.

 

Tumor Microenvironment Spatial Metabolomics
Tumor Microenvironment Spatial Metabolomics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