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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OECD GLP 기준에 따른 분석실 구축과 문서화 요건

글로벌 수출 대응을 위한 실무 중심 전략

바이오 및 제약 산업에서 글로벌 진출을 고려한다면, OECD의 GLP(Good Laboratory Practice) 기준을 준수하는 분석실 운영은 필수적인 인프라 요건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분석 데이터를 의약품 허가자료로 활용하거나, 글로벌 파트너와의 공동연구 또는 위탁분석(CRO) 업무를 수행할 경우 GLP 인증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되곤 한다.

본 글에서는 GLP 기준을 실무 관점에서 해석하고, 분석실 구축 시 고려해야 할 설계 요소, 문서화 전략, 실제 점검 사례와 대응 요령까지 경험 기반으로 상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OECD GLP 기준에 따른 분석실 구축과 문서화 요건
OECD GLP 기준에 따른 분석실 구축과 문서화 요건


1. GLP란 무엇인가? – 핵심 개념 정리

GLP는 OECD를 비롯한 각국 규제기관이 제정한 '비임상시험의 신뢰성과 재현성을 확보하기 위한 품질 보증 시스템'이다. 이 기준은 의약품뿐 아니라 농약, 식품첨가물, 화장품 원료 등의 독성시험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비임상시험이 규격화되고 검증 가능한 형태로 이뤄지도록 강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요 원칙:

  • 조직 구조와 역할의 명확성
  • 표준작업절차서(SOP)의 구축과 운영
  • 시설·장비·인력·데이터의 추적성 확보
  • 원자료(raw data)의 보존 및 검증
  • 품질보증부서(QAU)의 독립적 운영

2. 분석실 설계 시 고려사항

2-1. 공간 구획 기준

GLP 환경에서의 분석실은 물리적, 기능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획되어야 한다:

  • 시료 보관 구역: 온도·습도 모니터링 장비 필수, 위변조 방지 시스템 필요
  • 시료 전처리 구역: 화학물질 취급 고려한 국소배기 및 내화재질 바닥 적용
  • 기기 분석실: 장비 전용 접지, 온도 안정성 확보
  • 문서 보관 구역: 잠금 기능, 권한 관리 체계 명확화

2-2. 교차오염 방지 설계

  • LC-MS/MS, GC-MS 등 고감도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기기 간 시료 혼입 방지를 위한 분석실 분리가 필요하며, 샘플 흐름도에 따라 동선 분리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 독성물질을 다루는 경우 전용 후드, 전용 소모품을 구비하고, SOP 상에 ‘이중 확인 절차’를 삽입한다.

3. 문서화 요건: GLP의 핵심

GLP의 실질적인 운영은 ‘문서’로부터 출발한다. 문서가 없으면 어떤 행동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서화 전략은 GLP 운영의 중심축이다.

3-1. 필수 문서 체계 구성

  • 마스터 스케줄 시트(MSS): 모든 시험 항목의 등록, 계획, 완료 상태를 시간순으로 정리
  • SOP: 각 분석 기법별, 기기별, 시료 전처리별로 독립된 문서화
  • 시험계획서(protocol): 시험 개시 전 시험 책임자가 작성, QA 승인 필수
  • 시험보고서(report): 원자료 기반, 승인 절차 기록 필수

3-2. 원자료(raw data) 처리 기준

  • 분석 장비에서 출력된 모든 수치는 원자료로 간주
  • 예: LC-MS/MS의 Chromatogram, peak area, system suitability 결과 등
  • 원자료는 변경 불가. 수정 시 반드시 기록(traceability) 남겨야 함

3-3. 전자기록 및 전자서명 (ER/ES) 요건

  • 최근 OECD 및 FDA는 21 CFR Part 11을 기반으로 전자기록 요건을 강조
  • 모든 전자기기는 user ID 기반 로그 기록과 변경 이력 추적이 가능해야 하며, audit trail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함

4. 품질보증(QA) 시스템 구축

QA는 시험을 직접 수행하지 않되, 시험의 모든 과정과 문서를 독립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QA의 역할

  • 계획서, SOP, 보고서의 정기적 점검
  • 시험 수행 중 임의 점검(Auditing)
  • 시험 종료 후 최종보고서 점검

QA 보고서는 시험책임자뿐 아니라 관리책임자 및 외부기관에도 제출 가능해야 하며, 내부 QA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GLP 인증 이후 유지점검 시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5. 실무 기반 점검 사례와 대응 전략

5-1. 점검 시 자주 지적되는 항목

  • SOP와 실제 수행 내용 불일치
  • 원자료의 보존 상태 미흡 (전자기기 log 누락 등)
  • 시험계획서에 기재된 분석 방법과 실제 적용법의 차이
  • QC 샘플의 처리 순서 오류 또는 기록 누락

5-2. 대응 전략

  • SOP는 실무자가 주기적으로 리뷰하고,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절차(변경관리)를 갖출 것
  • 분석 시작 전 ‘준비 점검 시트(Pre-run checklist)’를 운영해 실수 최소화
  • 외부 점검 전에 내부 모의점검 수행 (QA 주관)

6. 글로벌 수출 대응을 위한 전략적 활용

6-1. GLP 인증은 국제 신뢰도의 핵심

유럽 EMA, 미국 FDA, 일본 PMDA 등 대부분의 규제기관은 GLP 인증기관의 데이터에 대해 ‘추가 시험 없이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 GLP는 국제 경쟁력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6-2. 수출용 의약품 데이터 신뢰성 확보

  • 허가 신청 시 비임상 독성 시험뿐 아니라, 분석 데이터에 대해서도 GLP 준수 여부가 주요 심사 기준이 됨
  • 특히 해외 파트너사(CRO, Sponsor 등)와 공동 개발 시 신뢰 확보에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

7. 실무 팁 정리

  • 문서화는 즉시, 누락 없이. '기억에 의존한 기록'은 항상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 QA는 독립적으로. 분석실과 QA 부서는 조직상 분리되어야 하며, QA 보고서의 승인은 분석 책임자가 아닌 상위 부서가 수행해야 한다.
  • 모든 기기의 유지보수 기록은 필수. 장비 calibration, performance check, maintenance 등의 기록을 누락하면 시험 신뢰성 자체가 부정될 수 있다.
  • 외부기관 인증 대비는 조기 준비. GLP 인증 기관(식약처, OECD 인증기관 등)의 사전점검에 대비한 체크리스트 운영이 효과적이다.

8. 결론

GLP는 단순한 규정의 나열이 아니라, 분석 데이터의 전 생애를 일관되게 관리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다. 분석실을 GLP 기반으로 구축하고 이를 유지·관리하는 일은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는 일임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 분석업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도 GLP 체계는 불필요한 오류를 줄이고, 반복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일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는 곧 분석실이 단순한 실험실을 넘어 ‘신뢰받는 데이터의 생산지’로 자리매김하는 길임을 뜻한다.

앞으로도 실무 현장에서 마주한 GLP 관련 이슈와 대응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며,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분석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