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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약물 반응성 예측의 새로운 패러다임

신약 개발과 임상 치료에서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환자마다 다른 약물 반응성이다. 동일한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일부 환자는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를 경험하는 반면, 다른 환자는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다. 이러한 개인 간 반응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유전체(pharmacogenomics) 연구가 오랫동안 주류를 이루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단일 유전자 변이가 약물 반응성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다층적(omics) 접근법을 도입하게 되었고, 최근 주목받는 전략이 바로 대사체(metabolome)와 단백체(proteome)의 통합 분석이다.

  • 대사체 분석은 세포 내 대사 흐름과 최종 산물을 포착함으로써 세포 상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 단백체 분석은 효소 발현, 신호전달 단백질, 약물 수송체 등 기능적 요소를 포괄한다.

이 두 층위를 결합하면, 약물이 실제로 세포 대사 경로를 어떻게 재편(reprogramming) 하고, 어떤 단백질–대사체 상호작용을 통해 반응성이 결정되는지 규명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correlation을 넘어 causal network 수준의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2. Metabolome–Proteome 통합 분석의 필요성

(1) 약물 반응성의 다차원적 본질

약물의 효과는 크게 세 가지 축에서 결정된다.

  1. 약물의 체내 이동 (pharmacokinetics, PK): 흡수, 분포, 대사, 배설을 통해 혈중 및 조직 내 농도가 결정된다.
  2. 세포 내 표적과의 상호작용 (pharmacodynamics, PD): 단백질 표적의 발현량, 변이 여부, 결합 친화도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
  3. 대사 환경(metabolic context): 동일한 단백질을 가진 환자라도, 대사 환경이 다르면 세포가 약물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즉, 단백체가 “기계적 구조”를 제공한다면, 대사체는 “실시간 연료 흐름”을 보여준다. 두 데이터를 동시에 읽어야만 약물 반응성의 진짜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2) 기존 한계 극복

  • 유전체 단독 연구의 한계: 특정 SNP, CNV를 찾았지만 예측 정확도는 50~60%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 단백체 단독 연구의 한계: 단백질 발현이 높다고 항상 활성화된 것은 아니며, 대사체 환경에 따라 활성이 억제될 수 있다.
  • 대사체 단독 연구의 한계: metabolic flux는 proteome에 의해 직접적으로 제어되므로, 원인 규명 없이 결과만 보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통합 분석은 원인(단백체)과 결과(대사체)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한다.


3. LC-MS/MS 기반 분석 워크플로우

Metabolome–Proteome 통합 연구는 주로 LC-MS/MS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1) 단백체 분석

  • 샘플 준비: 조직/세포 단백질 추출 → trypsin digestion → peptide mixture 생성
  • 분석법: Data-dependent acquisition (DDA), Data-independent acquisition (DIA), targeted SRM/MRM
  • 출력 데이터: 단백질 발현량, 포스트-번역 수정(PTMs), pathway-level protein activity

(2) 대사체 분석

  • 샘플 준비: polar metabolite extraction, lipidomic fractionation
  • 분석법: HILIC-MS/MS (polar), RP-LC-MS/MS (lipid), GC-MS (volatiles)
  • 출력 데이터: glycolysis, TCA cycle, amino acid, lipid metabolites 정량

(3) 데이터 통합

  • 경로 기반 통합(Pathway mapping): KEGG, Reactome pathway에 단백질과 대사체를 동시 매핑
  • 네트워크 분석(Network integration): correlation + Bayesian model + ML 기반 feature selection
  • Dynamic modeling: ODE 기반 metabolic flux 모델과 proteomic constraint 결합

 


4. 항암제 반응성 예측 사례

(1) 글루타민 대사 억제제

글루타민 분해 억제제(GLS inhibitor, 예: CB-839)는 일부 종양에서는 효과적이지만, 다른 종양에서는 반응하지 않는다.

  • 단백체 결과: GLS1 발현이 높은 종양에서 민감성 증가.
  • 대사체 결과: 그러나 글루타민 발현이 높더라도 pyruvate carboxylase 경로가 활성화되면 약물 내성이 나타남.
  • 통합 해석: “GLS1 단백질 ↑ + 대체 anaplerosis 경로 ↓” 환자군에서만 반응성이 예측됨.

(2) 면역관문억제제 (PD-1/PD-L1 inhibitor)

  • 단백체 결과: T cell exhaustion marker 단백질이 높은 환자군에서 반응성이 낮음.
  • 대사체 결과: lactate, kynurenine 축적이 면역 억제 환경을 강화.
  • 통합 해석: 단백질 발현과 대사 억제 환경을 동시에 고려해야 면역치료 반응성을 정확히 예측 가능.

(3) 국내 연구 사례

한국에서도 일부 대학병원-제약사 공동 연구에서, 위암 환자의 proteo-metabolomic signature를 기반으로 항암제 조합 반응 예측 모델을 구축 중이다. 예를 들어 한미약품 같은 기업은 표적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proteomics와 metabolomics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 분류형 임상시험(adaptive trial)을 기획하고 있다.


5. 데이터 해석 전략

(1) 단백질–대사체 상관 분석

  • Pearson/Spearman correlation
  • Partial correlation (covariate correction)
  • Bayesian network to infer causal direction

(2)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

  • Feature selection: proteome + metabolome feature 조합
  • Model: Random Forest, XGBoost, Deep Neural Network
  • 성능 개선 사례: metabolomics 단독 AUC 0.68 → proteomics 단독 AUC 0.71 → 통합 분석 시 AUC 0.85

(3) PK/PD 모델과 결합

  • Proteome은 drug target interaction parameter (PD 계수)에 영향
  • Metabolome은 clearance/volume of distribution (PK 계수)와 연결
  • 이를 통합한 hybrid PK/PD–omics 모델이 차세대 임상시험 디자인의 핵심 도구로 부상

6. Drug Repositioning과 Translational Research

통합 분석은 단순히 신약 반응 예측뿐 아니라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 탐색(drug repositioning)에도 활용된다.

  • 예: 항진균제 itraconazole이 암세포 cholesterol 대사 억제를 통해 항암 활성을 보이는 것이 proteo-metabolomic 분석으로 밝혀짐.
  • 예: 항당뇨제 metformin이 mitochondria proteome과 glycolytic metabolome을 동시에 조절함이 확인됨 → 항암 보조제로 repositioning.

7. 한계와 도전과제

  1. 샘플 복잡성: proteome과 metabolome의 dynamic range 차이가 커서 동시 정량이 어려움.
  2. 데이터 통합 해석: high-dimensional dataset을 통합 분석하는 bioinformatics 역량 필요.
  3. 표준화 부족: sample preparation, LC-MS/MS 조건이 연구마다 달라 reproducibility 문제가 발생.
  4. 임상 적용 장벽: 대규모 코호트 검증과 규제기관의 biomarker 승인 절차가 아직 미흡.

8. 향후 전망

  • Single-cell proteo-metabolomics: 단일 세포 수준에서 이질성 분석 → 종양 내 subclone 반응성 이해.
  • Spatial omics integration: LC-MS/MS imaging으로 단백질–대사체 공간적 패턴 동시 관찰.
  • AI 기반 multi-omics platform: deep learning이 proteome–metabolome joint embedding을 통해 약물 반응성 고정밀 예측.
  • 산업적 적용: 제약사들은 신약후보 물질 선별 단계부터 proteo-metabolomics screening을 포함시켜 임상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9. 결론

Metabolome–Proteome 통합 분석은 약물 반응성 연구의 “missing link”를 보완하는 강력한 접근법이다. 단백질 수준에서의 효소·수송체 발현과 대사체 수준에서의 flux 변화가 결합될 때, 환자별 반응성의 근본 원인이 드러난다. 이는 맞춤형 치료, 약물 재창출, 신약 개발 성공률 향상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 제약산업 역시 이러한 통합 오믹스 기반 정밀의학 전략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LC-MS/MS 플랫폼은 그 중심에 자리할 것이다.

 

대사체–단백체(Metabolome–Proteome) 통합 분석으로 약물 반응성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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