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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초고령 사회에서의 다약제 복용(Polypharmacy) 문제 해결 전략

– 안전하고 효과적인 고령자 약물 치료를 위한 통합적 접근


1. 서론: 다약제 복용의 시대, 문제는 이미 시작되었다

전 세계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65세 이상 인구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골다공증,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노인 환자가 늘어나면서 5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다약제 복용(Polypharmacy)’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OECD 주요국의 노인 중 약 40% 이상이 5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다약제 복용은 치료의 필요성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여러 문제가 수반됩니다. 약물 간 상호작용, 부작용 증가, 복약 순응도 저하, 치매·낙상 위험 증가, 그리고 의료비 급증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체 대사 기능이 떨어진 고령자의 경우, 약물 축적으로 인한 독성 반응 위험이 높아 약 자체가 질병을 유발하는 역설적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령자의 다약제 복용 문제는 단순한 약 처방의 문제를 넘어서,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에서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입니다.

초고령 사회에서의 다약제 복용(Polypharmacy) 문제 해결 전략
초고령 사회에서의 다약제 복용(Polypharmacy) 문제 해결 전략

2. 다약제 복용의 주요 원인

원인                                                         설명
다중 만성질환 유병 고령자는 두 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어 각 진료과에서 개별 약 처방이 이루어짐
의료기관의 단절적 진료 여러 병원을 방문하며 중복 처방 또는 불필요한 약 복용이 발생
약물 리뷰 시스템의 부재 의사가 전체 복용 약 목록을 확인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체계 부족
환자의 약물 정보 이해도 저하 복약 정보에 대한 낮은 이해로 인해 스스로 약물을 중단하거나 중복 복용
비처방약(OTC) 및 건강기능식품의 병용 약국·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구매한 약제와 병용 복용 시 부작용 위험 증가
 

3. 다약제 복용으로 인한 위험

  • 약물 부작용(ADE: Adverse Drug Event) 증가
    → 고령자는 간·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약물 대사가 느리고 부작용 발생률이 높음
  • 인지 저하 및 낙상 위험
    → 진정제, 항콜린제, 벤조디아제핀류 등의 복용은 치매 위험 증가와 낙상 위험을 유발
  • 약물 순응도 저하
    → 약 복용 시간이 복잡하거나 약의 수가 많을 경우 복약 순응도가 급격히 낮아짐
  • 의료비 및 입원율 증가
    →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 및 입원 가능성 증가

4. 다약제 복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1) 의료진 중심의 통합 약물 검토(Medication Review) 체계 확립

  • 환자가 복용 중인 모든 약물, 건강보조제, 비처방약을 종합적으로 분석
  • 불필요한 중복 약, 비효율적 처방은 중단하거나 대체
  • 환자의 질병 상태, 장기 기능, 인지능력 등을 고려한 맞춤형 약물 설계
  • 이를 위해 다학제 팀(의사, 약사, 간호사)의 협업이 필요

2) 약물 처방 가이드라인 및 불필요 처방 방지 도구 활용

  • Beers Criteria, STOPP/START 기준, 신중한 약물 목록 등 고령자 대상 처방 주의 리스트 활용
  • 병원 EHR 시스템 내에서 처방 단계에서 약물 상호작용, 중복 처방 자동 알림 기능 탑재

3) AI 및 디지털 기술 기반 약물 관리 도입

  • AI 기반 약물 추천 알고리즘: 환자의 질환, 유전자, 병용약 등을 고려해 최적의 약물 조합 추천
  • 복약 도우미 앱/챗봇: 복약 시간 알림, 복약 기록, 부작용 알림 기능 탑재
  • 전자복약카드(e-Med Card): 전체 약물 목록을 디지털화하여 의사·약사 간 정보 공유 용이

4) 지역약국 및 커뮤니티 기반 약물 관리 강화

  • 지역 약국과 연계한 포괄적 복약 상담 서비스(Medicare MTM, 약물관리 서비스) 운영
  • 6개월~1년 주기로 약사 중심의 약물 조정 프로그램 실시

5) 고령자 대상 약물 교육 및 인식 개선 프로그램

  • 고령자 본인 또는 보호자 대상 약물 이해도 향상 교육
  • 시청각 자료, 큰 글씨 복약지도서, 복약 캘린더 등 사용자 친화적 교육 자료 제공

5. 국내외 사례

▷ 영국: NHS의 Structured Medication Reviews(SMR)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고령자 대상 정기적인 약물 리뷰 시스템을 도입하여, 약사의 방문 상담을 통해 환자의 약물 목록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합니다. 이를 통해 부작용 발생률과 불필요 처방률이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

▷ 일본: ‘가정방문 약사’ 제도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발맞춰 방문 약료 제도를 활성화하였습니다. 약사가 환자 집을 방문해 복약 상태를 점검하고, 약물 간 중복이나 부작용 위험을 모니터링합니다. 의료진과의 협업을 통해 불필요한 약을 줄이고 복약 순응도를 향상시킵니다.

▷ 한국: 복약안심서비스 및 DUR 시스템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DUR) 시스템을 통해 병용금기, 중복 처방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복약안심서비스, 고령자 복약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하며 전국 확산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6. 향후 발전 방향

  • 정밀의학과 약물유전체학의 융합: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부작용 위험을 예측하고 약물 용량을 조정하는 ‘개인 맞춤형 약물 설계’ 확대
  • 지역사회 중심 통합 관리: 방문약료, 방문간호, 지역 보건소와 병원의 연계를 통한 공동관리 체계 구축
  • 디지털 플랫폼 통합: 복약 기록, 약물정보, 의료기록을 통합한 개인 건강 플랫폼 개발
  • 고령친화 제형 개발: 삼키기 쉬운 약, 복합제 제형, 복약 편의성 향상 중심의 약물 리디자인 전략 필요

7. 결론: 안전한 복약 환경을 위한 시스템 전환

초고령 사회에서 다약제 복용 문제는 개인의 의지나 선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환자, 의료진, 제약사, 보건당국,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복합적 보건의료 이슈입니다.

단순히 약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부작용과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균형 있는 약물 치료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통합 약물 관리 시스템, 디지털 헬스 기술, 맞춤형 처방체계,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고령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포용적인 시스템 구축이 절실합니다.